두번째 영주권 인터뷰 후,

뫼비우스의 띠

인터뷰를 마치고 불현듯 이 이론이 생각났다.

갑자기 저 단어가 훅 떠오른게 참 신기하지만 참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인터뷰는 꽤 성공적이었고,
난 다시 pending 이다.


아침 8시 15분이 인터뷰 시간이었다.
엄청난 트레픽으로 1시간 전에 도착하려고 엄청 일찍 출발했지만
실제 도착시간은 7시 45분.
늘 쫄깃한 포인트가 있다.

아침에 줄을 엄청 길다고 해서 부랴부랴 뛰어갔는데
다행히 바로 들어갔다.

8시에 창구에서 check in 을 하고 대기실에 앉아서 기다렸다.
변호사님이랑 신나게 수다를 떨면서 1시간쯤 기다리고,
9시 20분 쯤 인디안계 흑인 여자 officer가 이름을 불렀다.

일단 만나자마자 활짝 웃었다.
수줍게 살짝 웃어줬다.
지난 번엔 활짝 웃는 나에게 찌푸린 인상을 돌려줬었다.
미러효과라는게 있어서 사실 상대방이 웃으면 ,
자연스럽게 따라하게 되는데 인상을 쓴다는 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들어가서 지문을 찍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시작된 질문.

미국 출입국 시점에 대한 질문.
비자에 대한 질문.
학교와 전공에 대한 질문.
다녔던 학교 중에 문을 닫은 학교가 있었냐는 질문.
한국에서의 학력과 경력에 대한 질문.
회사에 대한 질문.
그리고 끝무렵이 되서야 내 신상정보를 묻고,
Have you ever 질문을 했다.

나는 회사를 한번 transfer했는데 AC-21 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서
변호사님이 잘 설명해줬다.

주말 내내 달달 외웠던 내용들을 하나도 묻지 않았고,
또 안물어봤으면 했던 것도 전혀 묻지 않았다.

2009년 이후 한번도 미국에서 출국했던 적이 없다는 걸 살짝 놀라하면서.
Officer는 친절하게 묻고 타이핑을 했다.

지난 번 악몽 때문에 혹시 몰라 통역과 함께 갔지만,
내가 거의 다 대답했다.
어려운 질문도 없었고,
트랩질문도 없었다.

변호사님은 정말 적절하게 필요한 서류들을 연관된 질문에 맞춰서,
꼭 달라고 하지 않아도 적절하게 자연스럽게 건내주었다.

미국에서 했던 공부와 일이 연결이 잘 안된다면서 질문하고는,
I’m try to understand 하면서 좋게 써주려고 하는 듯한 혼자 말을 했다.

신체검사가 첫번째 인터뷰 였던 2년 전 서류였는데 expired date가 6일 남았다고 하면서 괜찮은지 슈퍼바이저한테 물어봐야한다고 했다.

변호사님이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6일 밖에 안남았으니까
“6일 안에 승인해주세요~” 했다.
그러니 신체검사가 얼마냐고 묻고,
가격을 듣고 살짝 놀라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being held 에 체크한 서류를 주면서,
“별거 없으니까 오래 안걸릴거야.”
백그라운드 체크하고 하면 금방 나올거라는 덕담(?)을 해줬다.

그리고 너 통역 필요없는데 왜 통역이랑 같이 왔냐고 하면서
영어 잘한다고 칭찬도 해줬다.


그렇게 얼떨떨하게 인터뷰를 마치고 10시도 안되서 나왔다.
2년전 첫번째 인터뷰와는 너무 달라서 변호사님한테 물어봤다.

“둘 중 어떤 인터뷰가 정상적인 걸까요? 너무 쉽게 해서 오히려 불안해요.”

그냥 그런 대답과 수다를 떨며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Hopefully 이번 주 안에 승인이 나올 걸 믿자고 하면서 굿바이를 하고,
아침부터 맥주한잔 아니 두어잔을 하고 집으로 왔다.

뫼비우스의 띠 같은 내 영주권이라고 생각하면서.
터벅터벅 걸었다.

전날부터 하루이틀 응원해주고 기도해주고,
궁디 팡팡 해준 분들이 참 고마웠다.
한편으론 승인을 받지 못한 내가 괜히 미안하기도 했다.
우리엄마는 너 수능 때도 이렇게 까지 안한 기도를 했다면서
걱정말라 하셨다.

조금 일찍 침대에 누워서 생각했다.
가끔 이런 심장 쫄깃한 하루의 끝엔
혀끝에 단맛과 쓴맛이 함께 난다.

후련하면서도 아직은 불안한
승인빼고는 다 이루어진 기도가 감사하면서도 아쉬운
이제 내가 할 건 다 한거지 토닥하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게 없구나 하는 허탈감이다.

내가 영주권 프로세스를 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건.
내 노력만이 모든 걸 결정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하게 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세우는 잣대를 없앴다.

우리 모두 각자 삶의 시계가 다르고,
각자의 걸음을 걸어가고 있다고 말이다.

2 Comments

  1. Dj.park on May 15, 2023 at 9:36 pm

    올린글 잘읽고 갑니다
    저도 140 /485동접하고 핑거 프린터 했으며 7개월지나 485 인터뷰보고 노업데이트 되었고 그후 1달 지나 현재 131 노티스 잡혔습니다
    꽃길만 걷길 응원합니다

    • KONG on August 24, 2023 at 4:51 pm

      코멘트를 이제 봤어요.
      131 노티스 잡혔으면 잘 진행되고 있네요.
      응원해요! 좋은 일들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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