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럭

내가 굉장히 약한 것이 몇가지 있다. 
말하자면 한방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순간 패닉될 수 있는.
그 중 한가지가 나한테 소리를 지르는 거다. 
누군가가 내 눈앞에서 화를 참지 못하고 먼가의 행동과 언성을 높이는 일을 보는 것이. 무섭다.
난 화가 날때 무서울 정도로 차분해지고 목소리를 깐다. 
내가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행동이어서 그런지 화가 났을 때 화가 난 상대에게 소리를 지르는 일은 거의 없다. 

사실 이번주 나의 촬영 수난 시대였다. ‘촬영’ 보다 ‘나’…. OTL
월요일, 화요일은 대부분 마켓 광고 촬영 때문에 물건들을 촬영하러 마켓으로 나간다. 
월요일엔 마켓 직원 파킹랏쪽에 주차하는데 음식점 히스페닉 발렛 아줌마가 자꾸만 따라오면서 잔소리했다. 
그 분은 일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자꾸 마켓에 오는 사람들을 괴롭힌다. 
하루이틀 그런게 아니니까 일단 참고 화요일엔 마주치기 싫어서 지하에 주차를 했다. 

원래 촬영하던 창고 책상에 뭐가 잔뜩 쌓여있어서 조큼 구석에서 후딱 찍고 갈 요량으로 장비를 셋팅!
메니저님한테 물건을 받아 후닥닥 시작. 
아이스크림은 보통 벌크로 들어있는데 개별 촬영도 해야해서 어쩔 수 없이 뜯는다.
녹기 전에 갖다 달라는 메니저님의 말에 후딱 찍고 갔다드렸다. 
갑자기 바로 따라온 처음 본 무섭게 생긴 아저씨.

“아가씨!…….” 그 이후부턴 다 반말이었다. 버럭 버럭 버럭 소리를 꽥꽥.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아이스크림 뜯지말라는 말이었다. 
이 마켓광고를 총괄하는 메니저가 시킨 일이다. 보면 늘 지점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의견 조율이 안된다. =.=

띠용. 사실 울뻔했다. ㅜㅜ 
그리고 소리를 마구 질러대는 동안 내 머리의 사고가 정지했다. 
이렇게 가끔은 참 내 스스로가 너무 바보같아보여 속상하다.

나도 좀 당당하게 “아저씨!!!!!! 왜 소리 지르는대요?!?!?”하면서 반응해보고 싶다. 한편으론 무섭지만 사실 내가 대꾸하기 시작하면 빨리 끝날 일이 길어지고 귀찮아지는 것도 알고 있기에 참고 넘어갈 때가 많다. 

그냥 둘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거다. 나도 하고 싶은 말하면서 속시원하거나 그냥 참거나. 
난 후자를 선택한다. 그러면서도 좀 속상하다. 나도 화낼줄 아는데.. 하는 속상함?

나는 온유한 사람이 되고 싶다. 

온유한 사람은 마음이 약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누구보다도 강한 사람이다.
두려움이 상처로 부터 오는 거라면 하나님앞에 가져가서 고치고. 
정말 두려움이 아닌 온유함으로 세상을 이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이 감당못할 하나님의 자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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