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사람
안정적인 사람은
바람에 많이 흔들려보고,
부러진 다리를 부여잡고 뿌리가 뽑혀버린건 아닌가 불안해도 보고,
어디가 끝인지 모를 바닥을 파본 사람.
그럼에도 꿋꿋이 땅에 발을 딛어낸 사람.
그런 사람이 아닐까?
어렸을 때는 재정적인 어려움도 없었고,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면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수많은 바람을 견디고 흔들려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꺼내 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느껴진다.
환경으로 얻어진 안정적임은 환경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문제들을 풀어가며 내 안에서 뿌리를 내려 단단해져야 온전히 내 것이 되는 거 아닐까?
나무 그늘 같은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난 그냥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겪어야 하는 과정이 무섭고 싫었다.
그런 사람 안되어도 좋으니 아무 일도 없는 삶을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겪고 싶다고 겪고 싫다고 지나가는 게 인생이 아니더라.
일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하면, 견뎌야 하고 겪어 내야 하니까.
선택도 내 몫이고, 선택에 대한 결과도 내 몫이다.
난 어떤 어마어마한 일들이 닥칠 때,
그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두려 노력한다.
그 때가 지나가고 나면 아무리 기억하려고 해도 디테일이 없어진다.
난 예술가는 아니지만,
힘들었던 감정과 디테일을 잘 기록해두고 싶다.
언제든 꺼내 볼 수 있게.
가장 좋은 선물은 성공했던 경험보다 실패의 경험이다.
참 많은 것들을 남겨둔다.
실패 후 당장은 그 선물이 뭔지 잘 모른다.
단기간 안에 그 선물이 보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좋은 어른이 되려면 일들을 겪으며 반드시 성장해야만 한다.
그냥 나이를 먹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걸 아프게 알면서 걸어간다.
늘 안정적인 사람이 되기는 어렵지만,
안정적인 사람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기를.
좋은 어른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