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안녕!

드디어 2019년이 갔다.
노래 가사에도 있듯 힘든 일은 한번에 몰아서 온다.
몰아서 오니 무게가 가중된다.

일들이 몰아닥칠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지혜를 발휘해서 해결하는 일은 드물다.
그냥 default 값으로 가지고 있는 생명력의 힘으로 살아내는 것 같다.

살아야 하니 그 무게를 견디고 살기 위해 하나씩 무게를 줄여나간다.
그리고 어느 날, ‘이 길을 어떻게 걸었지?’ 하는 거다.

물론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거나 바닥이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2020이 더 힘들 수도 아니면 선물같은 해가 될 수 있다.
아직 모르지만 그냥 2019를 살아냈다는 것에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2019년에 나는 내가 혹 죽음을 맞이한다해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지나치게 운이 없어서 왠지 그런 일이 일어나도 ‘어쩐지 그럴 거 같더라니.’ 하면서 웃을 것 같았다.

죽고 싶은 것과 완전 다른 느낌이었다.
주르륵 닥치는 일들에 비해 난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어쨌든 지나갔다.
이렇게 지나간다.

성인이 된 후 송구영신 예배를 빼먹은 적이 없던 나는 처음으로 교회가 아닌 곳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늘 예배에 갔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득한 곳에서 새해를 맞이했었는데 이번엔 철저히 혼자서 보내기로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상할 것 없던 한 해, 또 유난스러웠던 한 해를 혼자 닫고 싶었다.

LA에서 가까운 곳 중에서 제일 별을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선택했다.
Joshua Tree National park! 2019년에만 3번 갔다.

마지막 날이라 조금 이른 퇴근을 하고 곧장 올라갔다.
역시나 올라가면서 한 번 아찔한 일도 있었다.

앞에 차가 너무 답답해서 3차선에서 2차선으로 가려고 하는데 1차선에 있던 이상한 차가 갑자기 어중간하게 들어왔다. 능숙하게 잘 피했지만 갑자기 날아온 돌맹이는 피하지 못.. 아니 아예 상상도 못했다.
‘앞유리가 박살났구나.’ 할 정도로 큰 소리가 나고 서둘러 살펴보니 앞유리가 다행히(?) 박살은 아니지만 콩알만한 구멍이 생겼다.

500불이나 주고 한 세라믹 틴트를 보며 덕분에 깨지는 걸 막았다고 생각하면서도 창문을 바꾸려면 얼마나 들까 잠시 우울했다. 그래도 금방 다시 ‘큰 사고 안나서 다행이네.’ 하고 마음을 돌렸다.

‘어마무지했던 2019년 마무리가 이 정도면 양호하지 뭐.’ 라며 훌 털었다.

제일 좋아하는 Keys View에서 해돋이의 여운을 보고 한바탕 울었다.
지나간 시간이 너무 감사하고 살아냈음에 토닥이며 몇시간을 넋놓고 앉아있었다. 너무 추워서 차에 앉았다가 밖에 앉았다가를 반복하며 그곳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역시 자연은 조용하고도 확실한 위로를 준다.
잠시 내려와서 뉴욕의 새해를 뉴스로 보다가 자정 시간에 맞춰서 다시 올라갔다. Keys View 근처에 별이 제일 잘 보이는 곳이 있다.

거기에서 3시간은 넘게 있었던 거 같다.
사진도 찍고 그렇게 자축했다.

최고의 디자이너 하나님이 만들어 놓으신 별하늘에 마음들을 담아서 이야기했다.
감사와 토닥이는 말들에 한없이 눈물도 흘리고 웃기도 했다.

2020년, 내가 좋다고 느끼든 아니든 언제나 좋은 것만 고르고 골라 주시는 분이 시기에 기대한다.

오는 시간들을 기대하든 두려워하든 그건 내 선택이니 난 좋은 걸 선택하고 싶다.

2019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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