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
나는 미국와서 되고 싶은 것보다는 하고 싶은 것에 더 집중하면서 살았다.
하고 싶은게 생기면 무조건 했다. 물론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했다.
내가 경험한 미국은 실력만 보여주면 시켜줬다.
Background를 비중있게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신나서 하고 싶은 것들을 했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다기 보다 그냥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스토리보드 부터 혼자서 끙끙 대면서 다 짜서 만들었다.
사실 편집보다는 촬영이 더 좋았는데 혼자하게 되면 처음도 마무리도 해야된다.
프로그래밍도 그냥 해보고 싶어서 공부를 했다.
Html & CSS 조금 할 수 있을 때 일을 할 수 있게 되니 또 신나서 했다.
하다보니 돈이 되고 돈이 걸려있으니 실력이 늘었다.
미국와서는 돈이 넉넉했던 시절이 없었다.
그래서 너무 무서웠지만 닥치는대로 일했다.
돈 받고 했는데 제대로 못할까봐 무서워서 몇배로 시간을 쓰고 모르는 건 검색하고 찾아가면서 누군가는 1시간만에 끝날 일을 나는 10시간씩 쓰면서 했다.
돌아보면 지금 그게 다 실력으로 남았다.
이제는 한달 걸렸던 작업이 2일이면 할 수 있는 것도 생겼다.
어쩌면 재정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제한이 되면 아이디어나 무모함이 더 뿜뿜 뿜어져나오기도 한다.
뉴저지에서 엘에이로 이사올 때 돈이 너무 없어서 차를 보낼 수도 차를 팔고 다시 살 수도 없어서 그냥 차를 내가 운전해서 오기로 결정했고,
그렇게 미국 대륙 횡단을 했다.
그때 그때 기회다 싶으면 다 했다.
어차피 돈도 없고 미국에서의 시간이 얼마나 있을 지도 모르니까
늘 다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해온 것 같다.
어린시절, 꿈이 계속 바꼈다.
About me에 꿈들을 썼지만 어떤 때에는 가까운 어른이 멋있어서 되고 싶었고,
어떤 때에는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이 멋있어서 되고 싶었다.
그리고는 내가 뭘 잘하는 지 궁금해했었고,
딱히 공부에 흥미가 있거나 잘하지도 않았다.
수학을 꽤 하는 편이었고 점수도 잘 나왔지만 과학은 싫고 못했다.
국어를 좋아했지만 영어는 잘 못했다.
평균보다 잘했던게 운동이었는데 선수들 사이에서는 특출나지 않아서 진로로 정하기엔 부족했다.
아마도 언니가 중학교때부터 피아노를 전공해서 나도 무언가 찾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중학교 끝무렵 광고를 선택했다.
찾아보니 디자인 쪽은 어렵고 국어를 좋아하는 나는 카피라이터로 방향을 정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넷츠고 광고 동호회도 열심히 가며 꿈을 키워봤지만,
광고 공모전은 죄다 떨어지고 대학교 졸업하고 회사도 죄다 떨어졌다.
그 후에 전공을 살려 금융 관련 회사에 도전했지만 또 다 실패.
아마 서류에서만 100번은 넘게 떨어진 거 같다.
가고 싶던 게임회사에 3번을 재도전해서 인사팀으로 입사를 했지만 여차저차 1년여 후에 미국으로 오게 된거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꿈이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지만 뒤늦게 광고회사에 들어가서 일도 신나게 해봤다. 해보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 주어졌다.
사실 잘 모르겠다. 하고 싶은 것에 치충한 삶이 좋다고 말하기엔 모르는게 훨씬 많고 가끔 선택하지 않은 삶이 궁금하기도 하다.
그리고 가끔 부러워진다.
한 분야에 특출난 재능이 있어서 그 길을 잘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전문가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난 전문가의 기준이 상당히 낮다.
돈을 받고 일을 하는 수준이라면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돈이라는 것이 지금 우리의 가치 교환 수단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그 활동에 돈을 지불한다는 것은 그 만큼의 가치를 둔다는 것이다.
내가 부러운 전문가는 유명해진 사람인걸까?
늘 질문들의 연속이다.
30대 후반, 이정도가 되면 많은 질문들에 답을 알게 될 줄 알았는데 더 모르는게 많아지는 느낌이다.
아마도 난 여전히 또 하고 싶은 것들, 그때 꼿히는 것들을 하면서 살아가겠지.
나이에 대한 생각이 사실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나이가 무겁게 느껴진다.
또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겠지. 싶다.
두렵기도 하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