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버리 도둑
오늘내내 집에서 뒹굴 뒹굴하면서 청소도 하고 요리도 하고.
그동안 묵힌 집안 일들을 해결하고, 룸메이트랑 바람도 쐴겸 부모님 보내드릴 것도 살겸 우드버리로 향했다.
룰루랄라.
요즘 지독하게 돈이 없음에도 아빠가 필요하다는 약을 보내드리면서 머 하나 더 보내드리려고.
고심하고 고심하고 고심해서 아빠 셔츠랑 내 스노우 바지를 샀다.
샘플 세일이라 사이즈도 하나 색상도 하나. 유니크한 것 하나씩 골라들고. 30분은 넘게 고민했다.
워낙에 돈이 없는지라 아무리 괜찮아도 생각 또 생각.
그리고 집으로 오는 길에 양키 캔들이 있어서 엄마 생각이 나서 이것저것 고르고, 계산하려고 쇼핑백을 옆에 잠깐 내려놓은 사이. 흑인 커플이 정말 순식간에 들고 나가버렸다.
안그래도 불안해서 계속 보고 있었는데… – 불안하면 다시 들지 꼭 그걸 거기에서 보기만 하는건 먼 바보짓. ㅠㅠ
바로 뛰어나가서 비슷한 얼굴의 여자를 찾았다. 내가 물었다. (난 그때까지만 해도 순수하게 잘못가져갔다고 생각했다.)
나: 이거 너꺼 맞아?
도둑: 어. (굉장히 심하게 화를 냈다.)
나: 너 양키캔들에 있지 않았어?(정말 순수하게.)
도둑: 아니거든~
나: 미안(확신을 못해서 더이상 말할 수 없었다.).
쇼핑백 한번만 보자고 했으면 됐을 텐데 하면서도 보여달라고 보여주긴 했을까 싶다.
다시 양키캔들로 돌아왔더니 동생이 그 직원들한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근데 정말 양키캔들 직원들 싸가지가 대단. -_-
옆에 있었던 백인 아주머니가 적극적으로 우리를 도와주셨다.
시큐리티 넘버가 없었는데 바로 직접 전화해서 신고를 해주고 설명해주셨다.
안그래도 그 커플 불안했다고. 계속 초를 밑으로 떨어뜨리면서 훔치고 있었다고 한다.
급기야 어리버리한 나까지. 눈뜨고 코베인거다.
그 고마운 아주머니는 직원들도 혼내줬다. 너네는 시큐리티에 전화도 못해주냐고 어쩜 그러냐고.
그래도 그 아이들 정말 못됐다.
문닫을 시간이라고 문을 잠궈놨는데 그때 경찰이 왔다.
직원: 야 너가 좀 문열어.
나: (난 정말 다급했다.) 후다닥 털컥.
룸메: (참다 결국 이 말에 터져버렸다.) 야. 너네 왜이렇게 루드해? 너무하는거 아니야? 어떻게 물건을 잃어버리고 이렇게 있는데 너네 태도가 그게 머야.. =.=
경찰이 들어오면서 놀랬나보다. 그 사이에서 진정시키고 설명 다 듣고.
경찰도 그 직원들이 거슬렸는지 표정으로 우릴 달래줬다.
클래임 넘버주고, 경찰 명함 받고. 내 인포메이션주고.
경찰은 씨씨티비 확인하고 범인 잡으면 연락준다고 했다.
(처음으로 무서워하고 미워하던 경찰이 한 3% 정도는 든든했다.)
연락을 줘도 잡혀도. 잃어버린건 잃어버린거.
맘먹고 달려드는 것에 장사없고. 내가 옆에 내려놓은게 잘못.
그냥 돈 잃어버렸다고 심플하게 두면 그만이지만. 그 고민했던 시간.
아빠가 좋아하는 거 드디어 샀다는 기쁨. 그것들이 너무 속상했다.
이렇게 또 경험치는 상승.
자꾸 파도처럼 일들이 불어닥치는데 넘어가는 일이 쉽지가 않다.
건강할때야 야구방망이로 맞아도 금방 일어나지만.
요즘은 정말 바늘로 살짝 찔러도 기절할 거 같다.
얼마나 더 많은 일들을 겪어야.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