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패키지
살다보면 어떤 생각과 감정을 차곡차곡 묶어놓기도 하고,
단단히 막아놓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켜켜히 묵힌 감정들이 실제와 다르게 형태가 바뀐 채로 다른 방향으로 튄다.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 막게 되는 일이 생긴다.
감정이라는 건 자연스러운 거다.
분노, 슬픔, 기쁨, 행복, 패배감, 질투, 후회 등등
감정은 나쁜게 아닌데 문제는 감정 표출이 잘못될 때 일어난다.
나는 질투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물론 주변 사람들은 다 코웃음쳤지만 나 혼자 철썩같이 그렇게 믿었던 적이 있었다.
어느날 보니 난 질투가 없는게 아니라,
질투라는 감정을 컨트롤할 능력이 없어서 질투에 무관심했다.
가끔씩 희한한 곳에서 질투가 폭발하는데.
그럴 땐 그 감정이 부끄러워서 자꾸 숨긴다.
그렇게 묵혀놓고 나면 언젠가 어느 순간에 참 특이한 형태로 튀어버린다.
몇년 전부터 대학원 공부도 하면서 내 마음을 자주 많이 들여다봤다.
처음에는 참 부데끼고 내가 좀 하찮게 느껴졌었던 것 같다.
어떤 감정들은 내가 부끄러워하고 있구나 하고 알게 됐다.
그리고 묵히고 묶어놓은 감정들은 언젠가 어디서든
펑 터져버린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마음이 다쳤을 때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건 사실 나밖에 없다.
그 다친 마음을 나까지 외면하면 낫기까지가 참 힘들다.
친구가 나쁜 말들로 몰아쳤을 때 내가 했던 말은 나를 보호하는 말이었다.
“나한테 함부로 말하지마 나 그런말 들을 사람이 아니야.
안만나는게 좋을 것 같아. 나는 내 마음 지켜줘야 하니까”
상대의 약점을 생각하면서 나도 치졸하게 싸울까도 싶었지만,
그렇게 해서 내가 속시원할 것도 아니고 그 말을 하면서 나도 그 말을 듣고 상처받을 것 같았다. 그래서 치졸한 마지막 카드는 버렸다.
나한테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가끔 정말 답이 안나올 때는 일단 질문을 던져놓고 기다린다.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하진 않지만 간간히 떠오르면 또 생각하고,
또 그냥 둔다. 그러다보면 어느 날 스며들듯이 답을 찾게 되는 경우도 있고,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가 찾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내 마음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간다.
인생은 나를 알아가는 여정이라고 누군가가 그랬다.
여전히 실수하고 실패도 하겠지만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여정에 서로에게 아름다운 사람일 수 있길